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니 딱 좋은 날씨라서
요즘은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급 친구가 한강에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해서 다녀왔다.
저번에 갔을때는 무도 끝나고 급 다녀온거라서 좀 늦은 시간에 갔었기 때문에 자전거 대여소가 문을 닫아서 못탔음.
돗자리 급 구매해서 치맥만 먹고, 한강 야경에 감탄하며 음악듣고 사진찍고 그러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대낮에!! 한강 출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쯤?
도착하자마자 이미 사람들이 많아서 왠만한 그늘은 다 돗자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말 몇년만에 타는 자전거인지..
오랜만이라서 한 껏 긴장되는 순간.
그러면서도 미친듯이 들떴었다.
날씨도 좋고, 한강 경치를 보면서 자전거를 탄다니...!!
뭔가 정말 멋지지 않나?!
하지만 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간 그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난 자전거를 잘 못타고.
직진도 후들후들 거리면서 한다.
오랜만에 타기도 했고, 자전거가 익숙지 않아 더 손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어릴때야 자전거를 잘 타고, 자주 다치기도 했고, 남을 다치게도 많이 했지만서도
한 손 놓고 타고 이런거 좀 했었던거 같은데..
너무 오래 안탔어.
자전거를 세우지 않으면 이런 풍경사진은 남길수조차 없다.
내눈과 귀와 머리는 보고 끝나버리니까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야만 했다.
오빤 시시해서 돗자리에서 자리를 지키고, 오쿠미와 둘이 자전거 몰고 갔는데
내가 저 풍경을 찍고 있을때 친구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듯 하다.
잠원지구 쪽까지 다녀왔는데, 잠원지구로 넘어갈때쯤에 찍었던 셀카.
오쿠미 머리 이쁘게 하고 왔넹ㅋㅋ
사진으로 보니 머리 펌한거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다.
중간에 다리 밑에서 좀 쉬었다.
잠원지구까지 가는데도 아주 그냥 손이 후덜덜해서 죽는 줄 알았다.
아 무서워를 입에 달고 랩을 뱉듯이 계속 중얼거렸다.
뒤에서는 찌링찌링 거리면서 좀 지나갈께요 혹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세요 란 말을 남기고
나를 앞질러가는 쫄쫄이 아저씨들이 뒤를 이었다.
그들은 자전거 선수들인건가.
아니면 급한 일이 있는건가.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걸까.
난 무서웠다.
좀. 많이.
젠장.
한시간 겨우 왕복으로 타고 와서 얼른 반납하고
돗자리에서 쉬기로 했다.
사실 한 시간만 타도 엉덩이가 겁나 아프더라.
원래 이랬었나? 하고 생각하다가
하긴, 한 시간동안 자전거를 타본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엉덩이 근육들도 놀란거지..라는 생각으로 끝을 맺었다.
햇빛이 쨍쨍, 그늘이 해가 지면서 슬금슬금 옮겨가는 통에 돗자리를 끌고 몇번이나 옮겼는지 모르겠다.
바로 옆에 얌체처럼 따라 붙은 한 커플의 돗자리를 경계하면서(좀 닭살이어서 눈꼴셨....)
시간되면 독서 좀 해야지 하고 가져와 본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라는 책은
읽던 중에 포경수술의 적나라한 묘사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지라 뒤에 내용이 자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한두장씩 짧은 일화의 에피소드를 엮은 글이라서 쭉 소설처럼 읽는 책이 아니라
이렇게 짧게짧게 시간 남을때 읽기는 참 좋은 책이다.
(반납연기를 해서 지금 3주째 대여중..)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요즘 유행이라던 몰아주기 셀카를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재미로 해봤다.
난 나의 새로운 재능에 감탄과 충격을 동시에 받았다.
와...
오빠가 탑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다크호스 정도?
내 얼굴에 이런 모습이 있나 싶을 정도로 28년 내 인생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너무 잘해서 너무 놀래서 내 얼굴인가 싶었...
아 너무 충격적이다.
누구한테 보여줄수도 없다 이건.
그리고 나만 보기도 아깝다.
이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진짜 이렇게 생긴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영 안좋다.
이쁜척하는 셀카를 찍을때마다 몰아주기 해준 내 얼굴이 생각난다.
(예쁘게 찍은 셀카를 찍고 나서 확인하려고 사진첩에 들어가는 그 과정에서 딱 떠오르는 그 얼굴, 내얼굴....)
'몰아주기'라는 것이 참 좋은 놀이가 못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해가 졌고
밤이 되었다.
빈둥빈둥 놀면서 아는 동생도 소환해서 부르고 (자꾸 판을 늘리게 된다)
틈틈히 피자와 치킨을 고르면서 행복한 고민을 한 끝에
6시반에 시켜서 7시반에 먹고
(배달 너무 느려서 살짝 언짢았음.)
편의점앞에서 편의점표 끓인라면도 먹었다.
거의 한강편의점의 명물이 된 것 같다. 가면 항상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돌아가야 했다.
반포대교에서 이렇게 조명이 들어오고 물줄기에 음악까지 틀어주니
커플끼리 온 이들이 많이들 몰려서 앉아서 저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유람선에 불도 이쁘게 달고 한강에 떠 있었고
사진을 찍으면 제대로 안나오니
그냥 눈에 담아왔다.
추워지기 전에
또 가야지.
아, 하루종일 텐트 뽐뿌가 왔다.
원터치 그늘막텐트 요런거 하나 사야겠다.
복잡한건 질색이니까
탁 던지면 파팟 하면서 펼쳐지는 초간단 텐트!
요즘 시간날때마다 소셜에서 구경중임.
(그리고, 자전거타기 연습도 좀 해야지. 한강에서 너무 창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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