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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성장/문화 기록

영화 <뷰티 인사이드> - 사랑에서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by 주눈꽃 201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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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2015)

The Beauty Inside 
5.6
감독
백감독
출연
한효주,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7 분 | 2015-08-20









줄거리에 쓰였던 저 대사.

바로 우진(박서준)이 처음 이수(한효주)에게 저녁 같이 먹자고 첫 데이트신청을 했던 씬에서 했던 대사였다.


장르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판타리 로맨스.

외계인과도 사랑하고, 노트북과도 사랑하는 시대에. 이제는 매일매일 랜덤으로 바뀌는 남자와의 로맨스라니.

뭔가 흥미로운 소재이지 않은가?


잠을 자고 일어날때마다 남녀노소,국적불문하고 바뀌는 겉모습때문에 주변에 말도 못하고 혼자 조용히 숨어서 가구만 만들며 지내는 우진이라는 남자와 그런 그를 알고도 좋아하게 되버린 가구 판매점에서 일하는 직원 이수.

이 남녀가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해주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데 있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첫 데이트와 첫키스. 파티에 초대된 남자친구를 주변에 소개했던 장면 등 분위기 좋은 장면에서는 항상 훈남이 함께 했었다.

그러니, 딱히 그런 단편적인 주제를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이수가 부러워했다. 저런 연애도 재밌을 것 같았다. 분명 난 한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여러 명을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고 누구도 쉽게 겪어보지 못할 특별한 연애 경험이지 않을까?


하지만, 소울메이트처럼 서로 잘 통하고 취향도 비슷했던 이들의 사랑에도 시련이 다가왔다.

그가 정신적으로 힘들어 할 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글로 적으려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이수가 아니었다면 여느 여자들이라면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내 또래가 아닌 노인, 아이, 여자로 변한 남자친구를 만나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걸.

물론 연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외모도 하루면 끝나고 만다.(중간에 낮잠이라도 자면 더 짧을 수도 있겠지만.) 가끔 아주 잘생긴 사람과 데이트할 수 있다는 것(그리고 이런 황홀함도 하루면 끝난다. 잠을 며칠 안 자면 좀 더 오래 볼 수 있겠지만)을 제외하면 매일 새로운 얼굴과 다른 목소리, 어떤 모습이 진짜 그 사람인 줄 이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단 하루씩만 함께하는 이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서비스직으로 하루에 1000여명씩 드나드는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11시간씩, 13시간씩 근무하는 곳은 바로 안내데스크였는데 자주 오시는 분들 몇 명 말고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지나치곤 했다. 그러면서 생겼던 직업병은 퇴근하고 친한 직장 선후배들과 개인적인 술자리가 있을 때였다. 주변에 다른 테이블 손님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를 아는 사람인건가' 생각하곤 했었다.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할지도 모르는데..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술자리를 하는 선후배들이라면 다 공감했었다. 항상 눈마주치면 같이 술자리에서 식사하는 일행에게 저분 혹시 아는 분인지 물어보곤 했었다.


연애도 아니고, 그냥 회사에서 일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만으로도 이렇게 직업병이 생기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얼굴이 바뀐다. 추억의 장소와 좋아하는 음식, 그 사람과 했던 이야기들 다 기억하면서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나지 않는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부분의 묘사가 많이 되지 않아서 영화를 봤을 때는 좀 공감이 안 됐던 거 같아 아쉽다. 영화는 좀 잔잔하기도 하고, 조용해서 지루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로 변신하는 우진의 모습만 반복해서 나오는 씬들은 좀 줄이고 그런 감정선 연기에 좀 더 비중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훈남들과 감초배우들의 진지한(?) 감정연기가 돋보였던 것 같아서 눈이 즐겁고, 나름 참신한 소재였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는 영화였다. 하지만, 너무 잔잔한 느낌의 영화를 싫어하시거나 졸려하신다면 비추.

(일본영화같은 느낌 조금 났다. 사실 일본영화는 잔잔하고 여백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해서 즐겨 보진 않는다. 취향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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