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말이 필요없는 영화.
영조역을 맡은 송강호와 사도역을 맡은 유아인의 완벽한 연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긴장감과 둘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사도세자가 여느 사극에서도 자주 다루어진 인물이기 때문에 남편이 식상할 거라고 생각하고 별로 내키지 않아했지만 배우 캐스팅 덕분에 나도 보자고 했던 영화였다. 영화<베테랑>에서의 유아인의 연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았기 때문에 지금 딱 개봉하는 영화들은 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둘의 리딩연습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둘의 역할에 대한 대립,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해보여서 기대가 컸다. 사실 영조가 사도를 뒤주게 갇히게 해서 죽이게 했다라는 것만 알지 그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학교에서 배웠다고 해도 이렇게만 알고 있을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어느 시대의 왕들처럼 당파싸움에 이 부자간의 갈등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왜 이렇게 사도를 달달 볶으며 괴롭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영조를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자꾸 여운이 남았다. 한 인물이 본인이 왕을 계속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겠지.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갈수록 그의 아들을 지키려고 일부러 사약을 내리지 않고, 뒤주에 갇히게 하는 형벌을 내리게 되었다는 걸 영화 보는 중에는 몰랐다. 영화를 보고나서 자꾸 여운이 남아 내용을 곱씹어보게 됐는데 그때되서야 조금씩 영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차마 100% 다 이해되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사에 다 기록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영조가 세손인 손자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겠지..하고 그냥 짐작만 할 뿐이었다.
차라리 사약을 먹고 그냥 짧은 죽음으로 기록되었다면 둘다 편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사도가 칼을 들고 영조를 찾아간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아들이 역적을 일으켰다가 실패하여 사약을 먹고 죽는다면 역적의 아들이 세손이라고 하더라고 당파들이 서로 싸우면서 영조에게 역적의 아들을 살려두어서는 안된다며 세손 폐위시키는 것을 종용했을 것이다. 아들을 살리지는 못했으나, 영조는 그럼에도 아들의 아들까지도 살리기 위해 자기 아들을 제 손으로 죽음에 이르게 해야만 했던 비극적인 아버지였다.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라던 사도의 대사가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왕의 모습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조가 원하는 왕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사도가 세자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좀 더 본인이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죽음이, 그리고 그의 삶이 아쉬웠다. 이들의 만남이 비극적으로 끝난 것은 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슬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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